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과 생명력은 우리삶의 원동력임을 믿고 있습니다!
통합반 졸업생 서은정 엄마입니다.
2013-06-03
늘 그리운 곡교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2000년 은정이가 곡교어린이집에 입학하고
20 여명의 통합아동 엄마들이 모여 바람개비 란 작은 자조모임을 만들어
캠프도 가고 소풍도 가고 부모모임을 하고
11월이면 곡교 김장을 담그며 보쌈과 함께 맛나게 먹던 추억이 새롭습니다.
겁쟁이, 울보쟁이, 떼쟁이로 방울토마토처럼 작기만 했던 은정이가
모두가 불가능하다라고 했지만 기적처럼 서울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고등학교 졸업 학년이 되었습니다.
곡교어린이집 둥지안에서 보호받기만 하다가
초등학교는 어디를 가야 하나 ~ 중학교는~ 또 고등학교는 ~
어떤길이, 어떤 선택이 은정이에게 최선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어느새 세월의 흔적이 제얼굴과 머리칼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딸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참 힘든 시간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가장 좋은 것으로 인도하신 하늘의 은혜와
때에 따라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사랑이 있었기에 딸의 오늘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곡교어린이집에서 장애자녀를 둔 엄마의 좌절감을 극복하고
어느곳에 가든지 당당히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 할 수 있는 자존감을 키울 수 있었으며
많은 장애학부모들을 만나며 장애딸을 둔 엄마로서 학교와 교사와의 소통의 지혜를 배웠고,
장애인의 권리주장, 차별철폐를 외치다가
또 다른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그 때 그 막막하고 답답했던 시절에 만났던
형욱이, 찬우, 동권이, 지영이, 성환이 엄마들과
기쁠때나 슬플때나 괴로울때에도 함께 울고 웃을 수 있고
가끔 이렇게 둥지를 찾아오면 기억해 주는 선생님들이 계시고
말로 다 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고
같이 나이들고 흰머리 나는 것이 참 행복합니다.
또 앞으로 우리들의 앞 날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되돌아 생각해보니 딸 때문에 슬펐던 기억보다는
딸이 있어 행복했던 순간들이 더 많았으며
딸이 우리 부부에게는 스승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또 순간 순간의 행복과 슬픔들이 모여 한세상 가겠지요
저도 겨우 여기까지 밖에 오지 않았지만
그렇게 10년, 또 10년, 10년 세월이 흘러 제가 기운이 떨어져 딸의 손을 놓게 되어도
편안히 눈 감을 그날이 오리라고 이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곡교와 같은 이웃과 우리가 함께 이기에~
항상 그 자리에 곡교어린이집이 있어 주어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