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과 생명력은 우리삶의 원동력임을 믿고 있습니다!

놀이를 통해 배운 어린이는 이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외부에 알려진 곡교어린이집의 뉴스를 알려드립니다!

모여서 수다 떨다 용기 얻어요 “혼자가 아니구나”

2004-09-15

view :98

뉴스링크

[한겨레] 장애인통합교육 ‘곡교어린이집’ 엄마들

지난 9일 오전 서울 천호동 주택가 골목에 자리잡은 구립 곡교어린이집. 아이들의

신나는 하루가 시작될 무렵이면 이 어린이집의 장난감 도서관에서는 젊은 엄마

10여명의 수다가 함께 시작된다. 엄마들은 퀼트를 하기도 하고, 천으로 가방이나

인형을 만들기도 하고, 작은 구슬을 꿰어 악세사리를 만드는 비즈공예 등을 하며

이곳에서 아이들 이야기로 반나절을 보낸다.

“발달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낼 생각을 하면 걱정이예요.

받아주는 학교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받아준다고 해도 적응을 잘 해낼지….”

이곳에 모인 엄마들은 대부분 장애아이를 두고 있다. 비장애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장애아·비장애아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게 됐다고 한다.

이들이 매주 목요일 오전마다 장난감 도서관에서 모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이 일주일에 한번씩이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조언이나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엄마들은

처음엔 자기 아이에게 줄 장난감을 만들면서 모임을 가졌다. 우유팩이나 빈

요구르트 병, 못쓰는 천 등을 이용해 직접 예쁘고 재미있는 장난감을 만들었다.

잠시나마 아이에게서 벗어나

“시중에 파는 장난감들은 장애 어린이에게는 맞지 않는게 대부분이죠. 직접

만들면 수준에 맞는 놀잇감을 만들 수도 있고 엄마의 사랑을 고스란히 담을 수도

있어 좋습니다.”

처음 이정화 원장의 권유로 시작된 모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엄마들이 더욱

열심히 참여하게 됐다. 손재주가 있는 엄마가 다른 엄마를 가르치고, 좀 익숙해진

엄마는 새로 참여하는 엄마들에게 다시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모임은

계속됐다. 엄마들은 손수 만든 장난감을 자기 아이에게 주기도 하고 이곳에

기증하기도 했다. 나중엔 발도로프인형 만들기나 퀼트, 비즈공예까지 엄마들의

작업 범위가 넓어졌다.

서울 천호동 골목 어린이집 도서관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수다가

한창이다

역시 인터넷이나 책보다 입소문이 최고‥

하지만 2~3년 뒤면

아이들 따라 모두 헤어질 처지‥

마땅히 다른 곳도 없는데‥


장난감을 만들고 퀼트·비즈공예를 하는 동안 엄마들은 잠시나마 아이에게서

벗어나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얻는다.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7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이현정(32)씨는 “아이에게만 매달려 살다 지칠 때가 많은데 이곳에서 다른

엄마들과 시간을 보내면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이 모임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오고가는 수다 속에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복지관·병貶【?어떤 장애

치료 프로그램을 운용하는지,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 등, 일상 생활에서 전문적 치료

방법까지 서로 알고있는 정보들을 주고받는다.

“장애아를 키우는 데 정말 필요한 정보들은 이렇게 같은 처지의 부모들을 통해

입소문으로 퍼집니다. 인터넷이나 책에서 얻는 정보보다 이곳에서 듣는 조언과

충고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대기자 많아 순번되면 나가야

이정화 원장은 이런 모임이 엄마들에게 ‘장애아를 키우는 게 나 혼자만이

아니다’라는 정신적 위안과 용기를 준다고 설명한다. 장애아를 키우면서 혼자

끙끙 앓던 고민과 어려움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병상련의
 

엄마들이 함께 수다를 떨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장난감 만들기나 퀼트 모임에 몇몇 비장애아의 엄마들도 참여하면서,

비장애아의 부모들이 갖는 통합교육에 대한 오해도 많이 사라졌다고 이 원장은

덧붙였다.

이 어린이집의 통합교육에 “만족한다”고 말하는 장난감 도서관 모임 엄마들의

걱정은 아이가 이곳을 벗어난 뒤의 일이다. 입소를 기다리는 다른 장애 어린이가

많아 2~3년 뒤엔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거나 초등학교로 보내야 한다.

“통합교육을 제대로 실시하는 곳을 찾기도 어렵고, 또 시설을 옮기고 나면 새로

적응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죠. 장애 어린이를 배려하는 통합교육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곡교교어린이 통합교육 12년째

3개월~초등 2년생까지

256명중 20%가

장애아


곡교어린이집에는 현재 42명의 장애 어린이들이 입소해있다. 3개월 영아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이까지의 이곳 입소 어린이 265명 가운데 20% 정도다. 지난

1992년 개원과 함께 장애아·비장애아의 통합교육을 실시해 올해로 12년째다.

훈련받은 특수교사와 장애아 보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어린이집이 적어, 이런 곳에 입소를 원하는 장애 어린이는 보통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입소를 위해 아예 서울·경기도의 다른 지역에서 어린이집 주변 동네로

이사를 오는 경우도 많다.

이정화 원장은 “장애아는 어릴때부터 통합교육을 받아야 장애 치료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체장애아뿐만 아니라 정신장애를 가진 아이의

경우도 비장애인과 함께 뛰놀면서 자라야 모방성을 배우고, 이를 통해 사회성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합교육을 받고 자란 장애 아이는 고등학교에 가면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날리면서’ 놀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장애아이는

나중에도 여전히 간단한 퍼즐을 갖고 노는 수준에 머문다고 한다.

이 어린이집은 특수교사 5명에 작업치료교사 2명, 음악치료사 1명 등 32명의

교사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매주 토요일 장애·비장애 어린이의 가족이 함께 하는

토요가족놀이 등 다양한 통합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quick-up quick-up